파푸아뉴기니 외딴 섬 자생, 야간만 개화는 2만5천 난 중 유일
버섯 모양의 꽃자루 독특, 야행성 파리 유인하는 듯
▲최초로 발견된 야간에만 개화하는 난. 사진=자프 페르뮬렌
난은 고등식물 세계에서 가장 다양하게 진화했다. 난초과에는 무려 2만 5000여 종이 있다. 그런 만큼 꽃의 크기와 색깔, 모양, 꽃가루받이 방법 등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그 어느 난과도 구별되는 독특한 난이 발견됐다. 밤에만 피는 난이 그것이다.
앙드레 수트만 영국 왕립 식물원(큐 가든) 식물학자 등은 국제학술지 <린네학회 식물학 저널> 11월호에 파푸아뉴기니의 뉴브리튼 섬에만 자생하는 난(학명 벌보필럼 녹터넘)을 최초의 밤에만 개화하는 난으로 보고했다.
이 논문의 공동저자의 하나인 네덜란드 라이덴 대 식물학자 에드 디 포겔은 2008년 뉴브리튼 섬을 탐사하면서 이 난을 발견해 라이덴 식물원에서 재배했다. 그러나 꽃대는 순조롭게 올라왔지만 꽃이 피기도 전에 시들어 버렸다.
“우연히 밤 10시쯤 이 난을 보았더니 꽃이 피어 있었고 이튿날 오전 10시쯤 시드는 것을 보게 됐다”고 수트만은 큐 가든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밝혔다. 꽃은 이처럼 반 나절 동안 한 번만 피었다.
▲버섯을 닮은 야간 개화 난의 독특한 꽃자루. 사진=앙드레 수트만.
이 난의 꽃은 직경 2.5㎝로 작은 크기였고 별다른 향이 없었다. 그러나 꽃의 모양은 독특했다. 특히 꽃잎에 실 모양의 긴 꽃자루가 여러 개 달려있어 약한 공기 흐름에도 흔들거리는 게 두드러졌다.
연구진은 이런 꽃자루의 모양과 크기가 점균의 자실체와 비슷해, 곰팡이류에 이끌리는 작은 파리류가 꽃가루받이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찰스 다윈이 대롱 길이가 30㎝인 나방이 있을 것이라고 예언해 유명해진 난 앙그래쿰 세스퀴페달리. 야간에 나방이 가루받이를 하지만 주간에도 피어 있다. 사진=마이클 울프, 위키미디아 커먼스.
밤에만 꽃을 피우는 식물은 달맞이꽃처럼 난 이외에는 흔하며, 주로 나방, 파리류, 박쥐 등을 유인해 가루받이를 한다. 대부분의 난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피어 있다.
논문은 “야행성 곤충, 특히 쌍시류가 유력한 매개곤충이겠지만 현장 연구가 없는 상태에서의 추정일 뿐”이라고 밝혔다. 또 개화시간도 야생에서는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 난은 뉴브리튼 섬의 나무 한 그루에 착생한 상태로 발견됐을 뿐 더 많은 개체가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난의 자생지에서는 현재 열대림의 벌채가 진행되고 있어 시급한 보전대책이 필요하다고 수트만은 지적했다.
▲야간 개화종은 아니지만 같은 아속에 포함된 종. 사진=P. 용게얀.
야간 개화 난이 포함된 아속에는 모두 38종이 있으며, 긴 꽃자루가 달리는 등 특이한 형태를 하고 있으나 한 종을 빼고는 모두 낮 동안 개화한다고 논문은 밝혔다.
이 난이 속한 벌보필럼 속은 2000여 종이 있는 난초과 최대의 속이며 뉴기니아 등 동남아에 특히 다양하게 분포한다. 우리나라의 희귀 난인 콩짜개란과 혹난초도 이 속에 포함돼 있다.
콩짜개난
흑난초
출처;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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