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허리케인 때 수족관 부서져 탈출한 6마리, 미 동부해안과 카리브해로 퍼져
포식자·경쟁자·질병 없어 토종어류 80%까지 감소, 잡아 없애는 길밖에 없어 `먹기 캠페인'
» 점쏠배감펭은 화려한 무늬와 기다란 지느러미를 지닌 포식자이다. 지느러미 끝에 독침이 있다. 사진=월터 해커로트
제주도나 남해 바다에서 다이버들이 즐겨 사진에 담는 물고기로 쏠배감펭이 있다. 온몸이 화려한 줄무늬로 장식돼 있고 기다란 지느러미가 부드럽게 물결치는 모습이 눈길을 잡는다.
연안 얕은 암초나 산호초에 사는 양볼락과의 이 물고기는 화려한 모습으로 지느러미 끝에 독침이 달려있음을 과시한다. 당연히 천적이 거의 없고 어획 대상도 아니다. 그런데 이 물고기가 낯선 대서양에 옮겨가 커다란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대서양 서부와 카리브해 일대가 인도·태평양에서 옮겨온 쏠배감펭 때문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 물고기가 토종 어류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으며 산호 생태계를 쑥대밭으로 만들며 급속하게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 외래종 점쏠배감펭의 확산 지점(붉은점). 그림=미국 지질조사국(USGS)
» 높은 밀도로 번지고 있는 점쏠배감펭. 사진=리치 커레이, 산호 환경 및 교육 재단, 노아
대서양에서 침입종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쏠배감펭은 주로 점쏠배감펭(Pterois volitans)으로 쏠배감펭과 가까운 친척이다. 자생지는 북쪽으로 우리나라 제주에서 남쪽으론 호주까지로 태평양과 인도양의 넓은 따뜻한 바다에 서식한다.
1990년대 초 미국에 우연히 퍼진 이 물고기를 두고 미국립해양대기국(NOAA, 노아)은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는 외래종”이라고 밝혔다. 북쪽으로 뉴욕과 보스턴 연안에서 플로리다를 거쳐 카리브해까지 점쏠배감펭이 번지고 있다.
» 심해 잠수정에서 촬영한 40㎝가 넘는 대형 점쏠배감펭. 사진=오리건 주림대
지난달 미국 오리건 주립대 연구진이 잠수정을 이용해 카리브해 일대를 조사한 결과 다양한 장소와 수심에서 이 물고기가 발견됐고, 특히 100m가 넘는 깊은 곳에서 40㎝가 넘는 대형 개체를 다수 발견했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애초 예상은 했지만 그런 깊이에서 이렇게 큰 개체가 많은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깊은 곳의 큰 개체는 잡아낼 방법도 없는데, 왕성한 번식력을 지녀 큰 걱정이다.”라고 연구에 참여한 스테파니 그린 오리건 주립대 연구원이 말했다.
이 대학은 2008년 연구에서 점쏠배감펭 때문에 토종 어류의 개체수가 최대 80%까지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이는 산호초 생태계 교란뿐 아니라 낚시와 어업에 기반을 둔 지역 경제도 위협하고 있다.
» 인공어초로 만든 폐 선박 곳곳에 점쏠배감펭이 자리잡고 있다. 사진=오리건 주립대
이 외래종 포식자는 자기보다 작은 물고기를 가리지않고 공격하는데, 부채처럼 지느러미를 펼쳐 먹이를 구석에 몰아넣은 뒤 큰 입을 벌리며 갑자기 달려들어 삼켜 버린다. 연구진은 “이미 바다가 과잉 어획과 퇴적물 축적, 부영양화, 백화현상, 기후변화로 인한 바다 산성화로 시름시름 앓고 있는데 점쏠배감펭이 최후의 일격을 먹일 우려가 있다.”라고 경고했다.
이 물고기가 대서양에 도입된 것은 우발적 사고에 의해서였다. 노아의 자료를 보면, 1992년 허리케인 앤드류가 상륙했을 때 플로리다 비스케인 만 해변에 있던 관상용 수족관이 깨지면서 6마리 이상의 점쏠배감펭이 탈출한 것이 처음이었다. 이후 관상용으로 기르던 이 물고기를 바다에 놓아주는 일이 여러 차례 있었을 것으로 노아는 추정했다.
» 점쏠개감펭을 위협하는 어떤 포식자나 경쟁자, 기생충, 질병도 없다. 사람의 직접 제거만 남았다. 사진=아벨 발디비아
현재 이 물고기는 천적과 기생자, 질병이 없는 상태에서 빠르게 늘어나 2004~2008년 사이에 개체수가 10배로 늘어났으며, 최근의 조사에서 그 밀도는 가로·세로 100m 면적에서 500마리를 넘기도 한다고 노아는 밝혔다. 이 기관은 현재 ‘점쏠베감펭 먹기’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이처럼 외래 포식자가 기승을 떨치는 것이 토종 포식자가 사라졌기 때문은 아닐까. 최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연구진이 3개 지역 71개 산호를 3년간 조사한 결과는 그렇지 않음을 보여준다. 쏠배감펭과 토착 포식자의 밀도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흥미로운 건, 해양 보호구역에서 외래 포식자의 밀도가 더 낮았는데, 이는 토종 포식자가 외래종을 견제해서가 아니라 보호구역 관리자가 이 외래종을 일삼아 제거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 외래종을 관리하려면 사람이 잡아내는 것 말고 별다른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다.
» 제주해군기지 예정지 연산호 군락을 헤엄치는 쏠배감펭. 사진=김진수
한편, 쏠배감펭과 점쏠배감펭은 우리나라 제주 해역과 최근에는 남해안에서도 출현하고 있지만 대서양에서와 같은 포식성이나 세력 확대 양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정화 국립수산과학원 박사는 “기후변화로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쏠배감펭 같은 아열대 어종의 북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특이 사항은 보이지 않고 있다. 먹이를 큰 입으로 삼키지만 많이 먹지는 않으며 번식력도 높지 않다.”라고 말했다.
조홍섭 한겨레신문 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