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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신비

명태는 다 어디로 갔나

 

어획량 1980년대 초 15만톤에서 2008년 `0'…남획에 기후변화 겹쳐

원양에서도 자원보호 이유로 조업중단 잇따라…어획량 늘어난 대구 연구 필요

 

고성_김봉규.jpg » 강원도 고성의 한 어민이 몇년 만에 잡힌 명태를 들어보이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김봉규 기자

 

서민의 밥상을 풍성하게 해주었던 명태
 

손발이 꽁꽁 얼 것 같은 찬바람이 부는 겨울, 직장 동료들과 퇴근길에 소주 한잔하러 주점가를 기웃거리다 보면 우후죽순 생겨난 동태 전문점을 볼 수 있다. 어린 시절 겨우내 질리도록 밥상 위에 오르던 동태, 그 생선을 사러 어머니를 따라 시장에 가 보면 꽁꽁 얼어붙은 동태 상자를 바닥에 내리쳐 떼어내던 풍경이 아련하게 떠올라 주저없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게 된다.

 

 표층에 사는 고등어는 떠 있기 위하여 근육에 지방을 축적하여 비린내도 나고 기름기가 많아 찌개로는 적합하지 않지만, 명태는 바닥 가까이에 살기 때문에 근육에 지방이 적어 찌개를 끓이면 비린내도 나지 않고 시원하여 ‘동태 찌개’나 ‘생태 찌개’로 인기가 있다.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생태 찌개를 끓이면 아버지께는 내장을 따로 덜어 주셨다. 그땐 맛있는 살을 우리 어린 것들에게 먹이려나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커서 내장을 먹어 보고는 어머니의 속마음을 알게 되었다. 그게 그렇게 맛있다는 것을.

 

생태찌개_김순경.jpg » 생태찌개 사진=김순경 

그런가 하면, 밤늦게 만취되어 들어와 횡설수설 떠들다 그냥 자버린 남편을 위해 아침에 해장국을 끓이려고 온갖 독설을 퍼부으며 방망이로 북어를 작신 두들겨 패는 어머니의 모습도 한편의 기억에 있다. 그 시대에 술을 마신 다음날 숙취에는 ‘북엇국’이 최고였다.

 

얼리지 않고 말리거나, 얼렸더라도 빨리 말리면 물이 빠지며 근육 사이가 오그라들어 돌처럼 딱딱한 북어가 된다. 이 북어로 해장국을 끓이려면 방망이로 두드려 살을 부드럽게 만들어야 한다. 아침부터 해장국을 끓여야 하는 아내의 심사가 좋을 리 없으니 남편 대신 북어를 패는 것도 좋은 스트레스 해소법임에 틀림없다.

 

술 마신 다음날 북엇국을 끓이는 아내는 남편에 대한 원망도 풀리고, 남편은 아내의 사랑을 느낄 수 있어 북엇국은 세대간 이어져야 할 좋은 전통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요즘은 술먹은 다음날 아침 식탁에도 아내는 커피 한 잔과 빵 한 조각을 내놓는다. 

 

명태포는 우리나라에선 제사상에 빠져서는 안되는 음식이다. 명태를 예로부터 가장 많이 먹어왔거나, 말려두고 연중 먹을 수 있는 보편성 때문만은 아니다. 신명에게 바치는 희생음식은 어느 한 군데 버려서는 안된다는 것이 동서고금의 불문율이요, 이 조건에 가장 잘 부합되는 것이 명태이기 때문이다.

 

명태는 어느 것 하나 버리지 않고 다 먹을 수 있는 생선이다. 동강낸 살집과 말랑말랑한 간은 찌개를 끓이고 내장은 창란젓갈, 알은 명란젓갈, 아가미는 귀세미젓갈을 담가 먹으며, 눈알은 구워 술안주로 한다. 여름에 입 맛없을 때는 찬밥에 물 말아 고추에 이 젓갈을 올려 한입 베어 물면 그 맛이 일품이다.

 

이외에도 육질이 담백하여 맛살이나 어묵의 재료로 이용된다. 지금도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모 수산회사의 ‘게맛살’은 게 살이 아니고 명태 살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비밀이다.

 

명란젓_이정용.jpg » 명란젓 사진=이정용 기자

 

북태, 더덕북, 코다리, 찐태, 깡태, 파태, 금태, 먹태, 무두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애용하는 생선중 하나가 아마 명태일 것이다. 그래서 명태는 생활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굿판과 제삿상은 물론이고, 대문 문설주 위에 복 달라고 매달아 놓는 게 명태이고, 새 차 사서 사고 나지 말라고 자동차 보닛 안에 넣는 게 명태이다.

 

그런가 하면 노랫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매혹적인 저음의 성악가 바리톤 오현명이 양명문의 시를 노래로 부른 ‘명태’가 그것이다. 그런가하면 요즘 가수 강산에는 특유의 자기 풍으로 노래를 불렀으니 그것이 또한 ‘명태’이다.

 

그는 노랫말에 필자가 할 얘기를 다 해놨다. 명태의 여러 이름, 명태 이름의 유래, 명태로 만든 음식들…. 이쯤해서 누구에게나 불려지는 대중가의 내용을 전문가의 눈으로 하나씩 되집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황태_박종식1.jpg » 황태 사진=박종식 기자

 

명태만큼 한 종이 이름을 여럿 가지고 있는 물고기도 드물다. 상태에 따른 다양한 이름이 있는데, 일단, 생태(生太)는 얼리지 않은 싱싱한 생물로 생태찌개 재료로 쓰인다. 얼린 명태는 동태(凍太)이고, 북어(北魚)는 말린 명태로 북쪽에서 잡히는 물고기라서 붙여진 이름이며, 건태(乾太)라고도 불린다.

 

마른 명태이기는 하나 건조 방법이 조금은 독특한 황태(黃太)가 있는데, 그 제조방법은 우리 민족이 세계적으로 자랑할 수 있을 정도로 과학적이다. 한 겨울에 대관령 고지대 산간에 있는 명태 건조장인 덕장에서 얼음물에 얼리고 찬바람에 말리기를 수차례 반복한다.

 

밤에 냉기로 살 속에 있는 수분이 얼면서 근육 간격이 넓어지고, 낮에는 영하의 기온에서 햇빛에 말리면 얼음이 녹지 않고 증발하여 빈 자리가 생기면서 육질이 스펀지처럼 부들부들해져 누르스름한 황태가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명태는 마치 말린 더덕 같다하여 더덕북이라고도 부른다.

 

또 내장과 아가미를 빼낸 명태 4~5마리를 한 코에 꿰어 살이 꾸덕꾸덕하게 말린 코다리, 덕장의 날씨가 따뜻하여 물러진 찐태. 하얗게 마른 백태, 딱딱하게 마른 깡태, 손상된 파태, 검게 마른 먹태, 대가리를 떼고 말린 무두태, 잘 잡히지 않아 값이 금값이 된 금태 등, 그 이름이 헤아릴 수가 없이 많다.

 

뿐만 아니라 잡힌 지역이나 시기에 따라 별칭이 있는데, 강원도 연안에서 잡힌 강태(江太), 강원도 간성군 연안에서 잡힌 간태(桿太), 함경도 연안에서 잡힌 작은 놈은 왜태(倭太), 함경남도에서 봄철의 어기 막바지에 잡힌 막물태, 정월에 잡힌 놈은 일태(一太) (2월에 잡힌 놈은 이태, 삼태, 사태, 오태 등), 동지 전후로 잡힌 명태는 동지받이, 그리고 음력 시월 보름께 함경도에서 은어라고도 부르는 도루묵 떼가 연안으로 회유해 올 때 반드시 명태 떼가 따라오는데 이때 잡힌 명태는 은어받이라 부른다.

 

그리고 잡는 방법에 따라 자망, 거망 등으로 잡은 것은 망태(網太), 주낙으로 잡은 조태(釣太)라 한다. 호프집에서 술안주로 등장하는 ‘노가리’는 1년 정도 자란 작은 명태로 애기태, 애태라고도 부른다. 노가리는 농담(弄談)의 농자에 우리말의 접미사 ‘가리’가 붙어 노가리가 되었다고 한다. ‘노가리를 푼다’는 말은 악의 없는 농 짓거리를 할 때 쓰이는 말로 호프집에서 노가리 씹으며 노가리 푼다는 말장난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그러나 노가리가 어린 고기여서 맛은 있을지 몰라도 명태 자원이 감소한 요즘, 이는 절대로 잡아서는 안 된다. 수산자원회복의 측면에서 볼 때, 아직 미성숙한 노가리가 알을 낳을 수 있는 생물학적 최소 체장까지 더 자라서 다음 세대를 생산하게끔 해줘야하기 때문이다. 근래에는 동해에서 명태 자원량이 감소하여 멀리 북태평양에서 잡아 냉동한 외국산 명태가 시장을 대부분 차지하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용대리 황태덕장_윤운식.jpg » 강원도 인제군 용대리의 황태덕장. 사진=윤운식 기자 
 

`명태' 이름의 유래

 

“조선시대에 초도순시차 명천군(明川郡)을 방문한 함경도 관찰사가 시장했던지 밥상에 오른 명태 요리를 맛있게 먹고, 그 이름을 물었으되 이름이 없다고 하자 즉석에서 명천군의 명(明)자와 물고기를 잡아온 어부의 성 ‘태(太)’ 자를 따서 ‘명태(明太)’라고 명명하였다”고 하는 유래는 이제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다.

 

다른 유래로는 함경도 오지 삼수갑산의 농민들 중에는 영양부족으로 멀쩡한 눈이 보이지 않게 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바닷가에 나와 명태 간을 먹고 거짓말같이 눈이 밝아졌다고 하여 밝을 명(明)자가 붙여졌다고도 한다.

 

또한, 함경도 지방에서 명태 간에서 기름을 짜 등기름을 삼았으니, 밤을 밝게 해주는 고기라 해서 명태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필자는 어떤 것이 시세말로 ‘원조’ 이고 ‘오리지널’인지는 확인 할 수 없으니, 이는 독자의 숙제로 남겨 놓겠다.


그 많던 명태는 다 어디로 갔을까?
 

명태는 단일 어종으로는 세계에서 어획량이 가장 많은 어류이다. 1980년대 중반 전 세계 명태 어획량은 600만 톤을 넘었으나, 근래에는 400만 톤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국의 명태는 동해에서 가장 생산량이 많았던 어종으로 1970년대 중반에 5만 톤 정도 잡혔던 것이 1980년대 초반에는 15만 톤까지 어획하여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그러던 것이 1990년대에 1만여 톤으로 급감하였고, 2000년대에는 1000 톤을 넘지 못하다가 급기야 2008년에는 공식적으로 어획량이 '0'로 보고되었다.

 

오죽했으면 필자가 다녔던 연구소에서 인공종묘를 생산해서라도 명태 자원을 회복시켜보려고 하였는데, 알을 받아낼 친어(어미 명태)를 확보하지 못해 마리당 시가의 10배를 내걸고 '현상수배'를 내린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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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연안에서 명태 자원이 줄어드는 요인으로 무분별한 남획과 기후 온난화에 따른 전 지구적 생태계 변동을 꼽을 수 있는데, 어떤 것이 주요 원인인지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1970년대 다소 정치적인 이유로 '노가리'잡이를 허용했던 수산당국, 노가리가 명태 새끼냐, 아니냐의 논쟁거리를 석사학위논문으로 깔끔하게 종식시켰던 어느 대학 교수, 미국에 유학가서 명태의 산란생태로 박사학위를 받은 다른 한 대학 교수, 기후변화가 수산자원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있는 다른 교수의 활약을 기대할 뿐이다.

 

 명태_원양_국립수산과학원1.jpg » 명태 사진=국립수산과학원


명태(학명: Theragra chalcogramma, 영명: Walleye pollock, 일본명: スケトウダラ, 중국명: 明太魚)는 대구목 대구과에 속하며, 북미 서해안에서 베링해, 오호츠크해, 북해도 및 우리나라 동해까지 분포하는 북태평양의 주요 수산생물이다.

 

동해는 북태평양에서 명태가 서식하는 한계선으로, 우리나라 남해와 서해에는 살지 않는다. 주 분포해역인 베링해의 명태는 크지만 맛이 떨어지는 반면, 분포해역의 가장자리인 동해 명태는 크기가 작지만 맛이 좋다.

명태는 2~10도의 찬물을 좋아하는 냉수성 물고기로, 우리나라 명태는 동해에서 수심 200m보다 깊은 바다 밑에 살며 갑각류, 오징어 새끼, 작은 어류들을 잡아먹는데, 때론 자기 새끼들까지도 잡아먹는 탐식성 어류이다.

 

동해 주 산란장은 원산만 근해로 겨울에 강원도 연안을 따라 내려오는 북한 한류가 강할 때 강원도 연안에 명태 어장이 형성된다. 그러나 겨울에 수온이 높아 북한 한류가 약하면 명태가 잘 잡히지 않는다.

 

명태는 한 겨울 춥고 깊은 바다에 산란하며 알이 수정한 후 비중 변화가 생겨 수심 300~100m 사이를 포물선 모양으로 수직이동을 하면서 10여일이 지나면 부화한다. 한 마리의 어미 명태가 25만~40만 개의 알을 낳는데, 명란젓 한 숟갈이면 수만 마리의 명태를 먹는 셈이다. 부화한 명태는 자라면서 점점 깊은 곳으로 이동하여 생활사에 따라 사는 수심을 달리하는 생태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Allen Shimada, NOAA.jpg » 미국 수산당국의 명태 시험조업 모습. 사진=알렌 쉬마다, 미국해양대기국(NOAA)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명태는 어디서 잡은 걸까?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잡히는 명태 어획량은 점점 감소하여 급기야 2008∼2009년에 공식적으로 어획량이 보고되지 않았을 정도이었다. 2009년 이후 1톤 내외로 여전히 극히 저조하며, 시장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명태는 북태평양인 러시아 수역에서 입어료를 주고 조업하는 국적선(6척)과 러시아와 합작하여 조업하는 합작선(20척)에서 잡아와 조달하고 있다.

 

이러한 형편이라 러시아 수역 명태 어장의 상황에 따라 우리나라 명태 가격이 변동을 하는데, 어황이 부진했던 2008년과 2009년에는 국내 소비량을 수급하는 일이 어려워 명태 가격이 폭등하였다. 2010년에는 12만 톤 이상을 수급하여 명태 가격이 마리당 3000원 정도였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방사성 물질에 의한 수산물의 안전성 논란이 일어나면서 원양산 수산물 소비가 위축되어 반대로 가격이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연근해 명태 자원이 감소하여 수입에 의존하게 되면 수산시장의 안정성이 역시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수산자원 회복이 절실한 이유이다.

 

김봉규.jpg » 가장 흔하던 생선에서 이제는 '현상 수배'를 해야 하는 처지로 바뀐 명태. 사진=김봉규 기자

 

명태는 우리나라 원양어업 총규모의 3분의 1을 차지하였던 주요 어종으로, 원양명태어업은 우리나라 원양어업 역사의 생생한 기록이다. 1966년부터 시작된 원양어업은 베링해와 캄차카 근해에서 트롤 어구로 잡는 북양(北洋, 북태평양의 준말) 명태가 가장 중요한 대상 어종이었으며, 1970년대 중반 30만 톤 이상을 어획하여 국민 식생활의 단백질 공급원으로 역할을 톡톡히 하였다.

 

그러나 1977년 3월 미국과 러시아가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선포함에 따라 캄차카 어장에서 철수하게 되었고, 철수한 어선들은 미국 수역에서 쿼터(할당) 조업을 하게 되었다. 1982년 유엔해양법이 채택된 이후 경제수역 내의 조업 어장도 축소되었고, 1988년에는 이곳에서도 완전 철수하게 되었다.

 

그러나 명태의 주어장인 베링해에는 인접 연안국인 미국과 러시아가 200해리 경제수역을 정하여도 가운데에 도너츠 모양으로 생긴 공해인 ‘도너츠홀(donut hall)’이 남게 되어 이곳에서 조업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들 연안국들은 명태와 같은 회유성 어류가 경제수역 내에서 자라면서 공해상으로 이동하므로 공해상에서 어미를 잡게 되면 경제수역 내 수산자원이 보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도너츠홀에서의 어업도 중단시켜 1993년부터는 베링해 공해 어업조차 중단되었다. 힘 있는 국가의 횡포일 수 있다.

 

bering.jpg » 최대 명태 어장인 베링해. 사진=황선도 박사

 

러시아 오호츠크 공해상에서 우리나라 원양어선의 명태 생산량은 1992년 20만톤 이상이었으나, 회유성 어류의 보호에 따라 1994년부터 어획이 중단되었다. 북해도 근해에서는 1976년부터 5만~10만톤의 꾸준한 어획고 올렸으나, 1999년 1월 한·일 어업협정이 발효되면서 현재 조업이 중단된 상태이다.

 

인접국 해안선으로부터 200해리까지의 경제수역 내 수산자원은 인접국이 권한을 가지며, 200해리 밖은 공해로 어느 국가든지 국제법만 준수하면 조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는 베링해 및 오호츠크 공해상에서 외국 어선의 어업을 공해상 어획이 경제수역 내 회유성 어류에 영향을 미치므로 자원보호를 이유로 조업을 금지시켰다.

 

유엔해양법에는 경제수역을 공해상까지 확대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앞으로 공해상의 수산자원관리를 위한 국제기구를 설립하여 이와 같은 조치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명태는 냉동 명태, 냉동 연육, 냉동 필렛 등으로 국내 수요량이 연간 50만~60만 톤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동해에서는 명태의 자원 감소로 어획되지 않고 원양어선의 어획량도 3만~4만톤 정도이므로 매년 수십만 톤 정도를 수입하지 않으면 안되는 실정이다.

 

이미 명태의 수입은 자유화되어 명태 생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과 러시아로부터 수입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국내에서 필요한 명태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서 북태평양 명태의 해양생물학적 연구와 자원조사, 그리고 다각적인 외교 노력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점점 과학이 국익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bering2.jpg » 미국의 명태 자원조사에 참가한 필자(왼쪽)

 

1993년부터 베링공해 명태 트롤어업의 자율적 조업중단 조처가 실시된 이래 1996년 11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중부 베링해 명태 자원 보존 및 관리 협약 당사국 회의 과학기술위원회’에서 베링해 명태자원이 회복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하고, 알래스카의 알류산 해분의 명태 자원량이 167만 톤 이상이 될 때 조업을 재개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잠정적으로 조업이 중단되고 있다.

 

이와 같은 결정 이후 매년 베링해 명태 산란시기인 3월에 명태 자원조사를 실시하고 자원상태를 평가하여 조업재개 여부를 결정해 왔다. 필자도 2007년 3월에 베링해 보고슬로프 해역에서 미국 해양대기국(NOAA) 소속의 알래스카수산연구소 시험조사선 밀러프리만 호에 승선하여 한·․미·중 3개국이 공동으로 수행하는 명태 자원조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한국에서 앵커리지를 거쳐 더치하버에 도착해, 1주일 동안 베링해 보고슬로프 해역에서 추위와 거친 파도 속에서 명태 승선 자원조사를 하였다. 정말 몸도 마음도 죽을 만큼 고생한 기억 밖에 없다. 그러나 조사결과는 역시, 명태 자원량이 조업재개 수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당분간 베링공해 명태 트롤조업 재개는 어려울 전망이다.


명태 사촌, 대구
 

daegu1.jpg » 우리나라에서 어획된 대구. 사진=황선도 박사

 

우리나라에는 대구과 어류가 대표적으로 2종이 있는데, 하나가 명태라면 다른 하나는 ‘대구(大口, Cod)’이다. 대구(Gadus macrocephalus)는 같은 과에 속해 있는 명태를 닮은 물고기로 언뜻 보고도 구별할 수 있는 것은 입 주위에 양반님네들처럼 수염이 의젓하게 나있다.
 

일반적으로 대구가 명태와 함께 동해에서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구는 명태가 사는 곳보다는 좀 따뜻한 진해만, 여수 등지의 남해안에서도 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해 태안반도 부근 해역에서도 최근에 대구가 많이 잡히고 있어 대구에 대한 체계적인 생태학적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동해 대구와 남해 대구 그리고 서해 대구가 자원 평가와 관리를 위해서 과연 동일한 계군인지 아닌지를 밝히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지금 한 연구소에서 이들 계군의 동질 여부를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들 스스로도 머릿속에서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싶다.

 

본래 대구는 냉수성 어종으로 동해에 서식하는데, 남해 연안까지는 그들이 살 수 있는 남방 한계선으로 볼 수 있다. 지질시대 언제가 대구가 남해와 서해를 왕래하는 해류를 타고 서해로 넘어갔다. 그런데 그들이 되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 되어 결국 이민을 간 셈이 된 것이다.

 

daegu2.jpg » 바닷속에서 대구를 촬영하는 모습. 사진=J마린 최종인 사장

 

그리고 서해 중앙부의 깊은 바다에는 황해 저층 냉수라는 차가운 물덩어리가 연중 존재하는데, 이들 이민 1세대 대구들이 그곳을 만나 정착하게 된 것이라는 시나리오이다. 동해산 대구의 성숙체장(58㎝)이 서해산의 그것(38㎝)보다 큰 것을 보면, 같은 대구 종이 세월이 지나면서 다른 서식 계군으로 나뉘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대구는 동해의 영일만과 남해 진해만, 서해 남부 외해 쪽에서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겨울철에 산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구는 수명이 6세 이상까지 사는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장수 어종에 속하는데, 최대 크기가 1 m가 넘는 대형 어종으로 가격 또한 만만치 않다.

 

대구 어가가 높은 것은 고급어종이기도 하지만 어획량이 적은 것도 한 몫하고 있다. 70~80년대에 기선저인망 어업으로 많이 어획되었던 대구는 90년대에 그 양이 급감하였다가 2000년대에 들면서 유자망 어업에서 어획량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구 어획량의 변동이 어획에 의한 요인인지 자연현상의 변화에 의한 요인인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최근 어획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대구와 명태는 어떻게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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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탕은 빨간 매운탕보다는 고춧가루를 넣지 않은 맑은 ‘지리(싱건탕)’으로 먹는데, 그 맛이 시원한지라 술꾼들에게는 고급 해장국으로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해운대 해수욕장 끝에 있는 모 대구탕집은 아직도 그 맛을 유지하고 있는 식당 중의 하나이다. 해운대역 앞 개발로 지금은 없어졌지만, 필자가 20년 전 부산에 있는 연구소에서 근무할 때 막 결혼한 아내와 자주 찾았던 '대구뽈찜집'이 생각난다. 대구 머리는 다른 어종보다 크기가 커서 볼에 살이 많이 붙어있다. 원래 입 주위 볼 살은 근육이 발달되어서 쫄깃쫄깃한데 아귀찜처럼 고춧가루를 잔뜩 버무린 대구뽈찜은 값도 싸고 맛 또한 일품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과거 어획량이 많았을 때 부잣집 제상에는 명태포 대신 대구포가 올랐다던 그 명성을 다시금 누릴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황선도/ 물바람숲 필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연구위원


출처;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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